이덕영(당시 49세) 선장님은 후발대로 오셨다.
장철수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분에게서는 농부의 내음새가 났다.
들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꽃씨를 뿌리는 마음, 꽃을 가꾸는 마음, 그 꽃을 내가 보지 않아도 누군가 그 꽃향기를 맡도록 땅에 씨앗을 뿌리는 마음이 농부의 마음이다.
이덕영 선장님에게 나라는 '땅'이다. 땅에서 나서, 땅에서 자라, 땅으로 돌아가는 '나'를 찾아주셨다.
땅은 땅만 땅이 아니라, 그런 마음이 있는 '나'가 있는 곳은 어디나 땅이라고 일러주시는 듯하다. 그래서 바다도 땅이고, 하늘도 땅이다.
지금 이 땅의 사람들은 무슨 꽃을 심어 무슨 냄새를 풍기고 있는가? '들꽃'이라고 하셨다.
이름 없는 꽃이라도 저 홀로 피었다 지는 그 생명이 수수천년 이 땅을 지켜온 동포들이다. '남'에게 땅을 내어주어도 꽃들에게는 국경선이 없다.
이덕영 선장님은 우리에게 '나라'와 '나'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온누리에 퍼져나가라고. 그윽한 들풀 같은, 들꽃 같은 냄새를 만방에 피워내라고. 그 땅이 모두 내 나라가 아니겠느냐고...
농부는 남의 땅을 빼앗지 않는다. 농부는 제 땅을 소중히 지킬 줄 안다. 생명을 기를 줄 모르는 이에게 땅을 함부로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 독도가 그렇다. 지켜야 하는 것은 땅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기를 줄 아는 마음이다. 농부의 마음, 농부의 냄새를 지니기를 그 분이 당부하시는 것만 같다. 이덕영 씨가 그린 발해는 생명을 기를 줄 아는 나라였고, 생명을 기르는 노동의 땀 냄새가 나는 사람들의 나라였다.
(이 글은 발해1300호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소식지 '철수생각' 5호에 실린 경기대학교 박수경 교수의 글이다.)